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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vol.70
인구감소시대의 노후주거지 정비를 위한 제언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서수정(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작성일 : 2026-03-24

본문


인구감소시대의 노후주거지 정비를 위한 제언


서수정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살고 싶은 동네’에서 소외된 노후저층주거지의 현실

  통계청 플랫폼의 ‘살고 싶은 우리 동네’는 사용자 조건에 맞는 주거지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자연, 지역인구, 안전, 생활편의 및 교통, 교육, 주택, 복지문화 등 7개 카테고리, 총 51종 지표를 통해 주거지를 추천하지만, 대부분 아파트단지가 추천된다. 이는 비아파트가 밀집된 노후저층주거지는 삶의 질 측면에서 ‘살고 싶은 동네’ 와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989년 제정된 「도시서민을 위한 임시조치법」에 따라 사선제한과 건폐율·용적률을 완화해 지어진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지는 주거환경 수준이 더욱 심각하다. 필지단위의 정비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당시의 완화규정은 결과적으로 일조권과 프라이버시가 확보되지 않는 빽빽한 주거지를 양산했다. 또한 원룸 형태가 많아 1인 가구 비중이 높다. 주차장 규정이 강화된 이후에 지어진 원룸은 1층에 필로티 주차장이 설치되면서 야간 범죄 안전 문제에도 취약하다. 또한 새로 조성되는 어린이집, 도서관, 체육관 등 주요 생활SOC도 대규모 아파트단지 중심으로 조성되면서 노후주거지의 생활서비스 향유 수준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노후주거지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이주하지 못한 고령자와 저소득층 거주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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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외곽개발로 인한 원도심 노후주거지의 고령화, 쇠퇴화 경향

출처 : 서수정외(2004), 국민임대주택의 사회통합적 계획방안 연구, 주택도시연구원, p.10 참조하여 보완



2. 인구감소로 인한 도시스폰지화, 노후주거지재생 국비지원의 한계

  인구감소가 가시화되면서 노후주거지는 빈집이 늘어나 도시 곳곳에 구멍이 뚫리는 ‘도시 스폰지화’ 현상이 나타난 동네도 많다. 빈집 비율이 높아질수록 편의점, 세탁소, 의료시설 등 필수 생활서비스 시설이 문을 닫고, 학생수 감소로 학교 통폐합 위기까지 겹친 동네는 지역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한 도시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노후주거지에 대해서는 아파트단지와 같은 생활서비스 향유도 개선을 목표한다. 2017년에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 특례법』이 제정되어 자율주택정비,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저층주거지 정비를 위한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노후주거지의 주택정비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전국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내 20년 이상 노후 저층주택은 2,149,295호로 새뜰사업이나 우리동네살리기 사업을 통해 집수리사업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생활SOC복합화사업을 비롯해 어울림센터 조성으로 거점시설이 전국에 확산되었으나 주민들이 선호하는 주거환경에는 미치지 못한다. 대구광역시도 ‘14년 이후 55개소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77개소의 거점시설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기준 자율주택정비사업 착공은 2개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추진 대상 220개소 중 4개소에 그치고 있다. 

  이는 재생사업을 통한 집수리나 거점시설 조성만으로는 보행여건 개선이나 생활서비스 접근성 향상이라는 ‘살고 싶은 동네’의 조건을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3. 축소사회형 ‘주거환경관리계획 수립’과 주거지특성에 맞는 맞춤형 주거정비 모델 적용

  2023년부터 시작한 노후주거지정비사업은 그간의 도시재생사업이 노후주거지 정비를 효과적으로 유도하지 못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주민주도의 주택정비를 촉진하기 위해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에서 제외되었던 도로정비와 주차장 조성, 빈집정비를 강화하고 주민대상 컨설팅을 지원함으로써 주민의 정비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도시재생사업의 한계를 답습하지 않고 노후주거지 정비를 통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낡은 곳을 고치는 ‘사업’의 개념에서 나아가, 주거환경 전반을 관리하는 ‘축소사회형 주거환경관리계획’ 수립을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처럼 주민 동의율과 쇠퇴 요건에 맞춰 5만㎡~10만㎡ 면적의 사업 구역을 정하는 방식으로는 주변 지역과의 관계나 원도심 전체의 공간 특성을 고려한 근본적인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지자체는 장래 인구 추계에 근거해 고령화와 빈집 발생률을 예측하고, 어디에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게 개선하고, 어디를 비워나가야 할지 판단하는 선제적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초등학교 중심의 반경 5km 또는 30만㎡ 내외의 ‘생활권 기반의 주거환경관리단위’를 설정하고, 동네단위로 블록별 필지 여건, 주택 상태, 거주자의 정비 의지 및 경제 수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공이 깊게 개입해야 할 동네와 도로 정비 및 주차장, 생활SOC 확보만으로 민간의 자발적 정비가 가능한 동네를 구분하는 세밀한 진단이 요구된다. 주거환경관리계획은 도시재생전략계획을 활용하거나 도시·군기본계획의 생활권 계획을 활용할 수 있다.

  동네단위에서는 도로 및 교통망, 안전한 보행 연결 동선과 녹지공간, 생활SOC접근성을 파악하여 생활거점을 찾는 작업을 한다. 정비가 필요한 블록은 필지단위 주택정비, 자율주택정비사업 뿐 아니라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접도 필지가 많은 블록 내부는 빈집을 적극적으로 매입해 진입도로나 주차장, 소규모 녹지를 조성하는 등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른 소규주택정비관리계획 수립을 병행하여 정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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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장소맞춤형 주거지 정비수단 적용 절차
출처 : 서수정외.(2020), 전주시 주거지재생 기본구상 및 발전전략 수립연구, 전주시, p.282 보완


  생활거점이 설정되면 각 동네마다 부족한 생활서비스는 인적자원을 연결하거나 대중교통망을 강화하여 서비스 전달체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노후 주거지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비 방식의 다각화가 필수적이다. 최소 단위인 자율주택정비사업은 기존의 1인 가구용 원룸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3~4개 이상의 필지를 합필(合筆)하여 일반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중형 주택도 제시해야 한다. 이보다 큰 블록 단위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중층 연립주택 등 적정 밀도의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필지여건, 가로와 블록 간의 관계에 따른 건축행위 가능성, 주민의 경제여건 등을 종합하여 동네마다 주거환경수준에 맞는 정비수단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보행로와 도로정비는 일시에 시행하기 어려우므로 건축 셋백선이 가능한 구간, 신규 도로설치가 필요한 구간, 빈집 등의 매입을 통해 공지확보로 도로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구간 등 현장중심의 심층 분석을 통해 중장기적인 정비전략을 함께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민주도의 주택정비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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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노후주거지의 다양한 규모의 주택정비 방안
출처 : 서수정외(2020), 전주시 주거지재생 기본구상 및 발전전략 수립연구, 전주시,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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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주택정비 사례
출처 : 권혁삼외(2022),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연구, 국토교통부
 


4. 정책 융복합을 통한 거주성 강화와 사회적 연대

  물리적 정비를 넘어 다양한 정책의 결합은 정비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한 고령자 안심주택 조성,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한 특화형 매입임대사업 등을 결합해 다양한 계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사회주택을 활용한 공공 지원을 강화하되, 주민의 자발적 정비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정비 기간 동안 거주자들이 머물 수 있는 순환형 임대주택을 우선 조성하여 주거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아파트 관리사무소 기능을 수행하는 ‘마을관리소’를 설립하여 주민 조직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대구에서 시작된 담장 허물기 사업을 보행 환경 개선과 경관 협정사업을 결합하여 저층주거지 경관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역활력타운, 은퇴자 마을, 노후 청사 복합개발 등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부처별 사업을 노후 주거지에 집중 시행한다면 정비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5. 맺음말 : 소비공간에서 생활공간으로의 회복

  전국의 ‘00길’로 불리는 힙한 공간들은 노후 주거지의 저렴한 빈집을 활용한 성과지만, 단순히 로컬 관광을 지향하는 소비 공간에만 머무른다면 유행이 지나감에 따라 다시 쇠퇴할 수밖에 없다. 노후 주거지가 지속 가능하려면 다시 ‘생활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회복되어야 한다.

  안전한 보행환경에 좋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있고, 동네에 작은 책방과 카페, 문화공간, 산책할 수 있는 녹지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면 고령자의 자녀세대를 비롯해 아파트단지를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인구 감소 시대의 노후주거지 정비는 단순히 낡은 건물을 고치는 행위가 아니라, 행정·주민·중간지원조직이 협력하여 새로운 주거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러한 정책적 조합이 동네 단위에서 실현될 때, 노후 주거지는 비로소 ‘살고 싶은 동네’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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