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의 지방도시는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지역경제의 정체,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인프라 노후화, 활용 가능한 문화 예술자원의 빈곤, 도심 쇠퇴 및 주거환경 악화, 사회적 불균형, 도시브랜드의 부재 등등. 하나하나 만으로도 벅찬 이슈들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이에 대응하여 대구광역시는 최근 “꿈꾸는 미래 50년” 등에서 대구의 위상을 회복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하여 발전 전략을 수립하였다. 7대 미래상으로 신공항 기반 글로벌 에어시티', '미래 모빌리티 입체도시', '꿈을 실현하는 청년의 도시', '일상이 편리한 ABB시티', '지속 가능한 자원 자족도시', '삶의 만족이 높은 활력도시', '글로벌 매력 창의도시'를 제시하면서 장기 비전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의 방향성을 시사하고 있다.
대구의 도시재생은 정책이나 사업 측면으로 보면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부터 국·시비 3천700억 원을 투입하여 현재까지 8개 구·군 24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전체 사업 면적은 203만 5천여㎡에 달한다. 24개 대상지 중 7곳은 사업이 완료되었고, 나머지 17곳은 2026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대표적 사업으로는 동대구역세권, 노후산업단지재생, 경북도청 이전적지, 도심역사문화지구, 교동시장 일원, 동촌유원지 일원 등이 있으며,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재생이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의 만족도는 개선되고 있으며, 도시권의 수혜에서 소외되던 공간들이 활력을 찾을 여건을 확보하고 있다.1)
하지만 “시민운동”의 차원으로 보면 어떠한가. 자발적 시민의 조직된 힘은 충분히 갖추어졌는가. 지금의 도시재생 참여주체는 성과를 이어가고 미진한 점들을 개선할 자생력이 있는가. 안타깝게도 현재 도시재생에는 의욕 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 내 말을 들어주고, 협의하며, 구현되는 과정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버넌스로부터 시작된다. 거버넌스를 위한 협의체는 있으나 실체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없어, 구체화를 위한 공통기반을 구축하지 못한다. 또한 실무자급 회의와 연계가 되어있지 못해 거버넌스에서 논의된 어젠다들이 구체적인 사업에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거버넌스의 문제는 스노볼(Snowball)과 같다. 거버넌스가 불분명하니 도시재생을 위한 전술적 구체화가 어렵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의 역량과 참여도에 대해 추상적으로 분석하고, 낭만적으로 기대한다. 그 결과 참여 주체별 역할에 대한 정립 및 지역 맞춤형 전술의 정립이 미흡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니 모든 부담이 지원조직에 집중된다. 지원조직도 지원이 필요한데, 관과 지역사회와 연결고리가 허약하니 모든 것을 끌어안고 책임져야 한다. 역할 분담이 모호하니 명확한 권한도 없다. 사업의 세부 조건을 현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권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그렇게 운영되는 지원 조직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이 모든 것의 결과는 체감할 수 있는 효과, 즉 효능감의 결여이다. 그럼에도 사업 목표는 이뤄내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도시재생의 주된 동력은 사업의 진행과정, 성과의 구현을 통해 지역과 시민의 욕망이 선순환을 이루고 참여를 유도하면서 마련되는데, 지금의 상황은 연료 공급은 없이 남은 연료로 버티는 형국처럼 보인다. 갈등 조정 방안이 부족한 것도 효능감에 악영향을 미친다. 참여인원의 인적 특정, 즉 연령대, 성별, 출신, 학력, 소득 등의 차이로 관점과 이해의 차이가 분명히 있음에도 지원조직이 이 부분을 일임하다 보니, 시민들이 심리적 서운함이나 배신감을 느끼면서 참여도와 만족도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리적 환경 조성 사업의 비중이 높은 것, 사업시기와 거점시설의 조성시기의 불일치도 효능감 부족에 크고 작은 이유를 제공한다.
대구시의 도시재생은 양적으로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니 이제 다음 단계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안서와 보고서, 성과공유회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에 집중해야 한다.
실행력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지원 또는 실행조직을 지원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구축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거버넌스는 공동체성과 활력 제공에 집중하여 일을 시키는 조직이 아니라 “일이 되게 하는” 징검돌을 놓아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 합의체 대표의 입지를 거버넌스에 제대로 마련해 주고 갈등 조율을 위한 전문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고, 도시재생이 단순 복지의 차원이 아닌 공간적 민주주의와 정의를 구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대학의 활용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 또는 미래 먹거리와 연계된 고민은 글로컬이나 라이즈 사업 등을 보면 절박함을 넘어간다. 대구시에서 올해 초부터 실행하고 있는 도심캠퍼스는 그 자체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피츠버그나 케임브리지 등의 성공적 선례에서 참조점을 만들어 내는 것에도 충실하다. 하지만 넓은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더 큰 잠재력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경계를 낮춰 대학이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 친밀함과 유대감을 만들어 지역사회의 응집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고유의 기능은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학 내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행정 및 실행조직과 연계하여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주민역량을 제고하고, 도시재생의 구체적이며 전술적 방향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같은 차원에서 지역문제 해결형 교과과정을 전공과 병행할 수 있는 트랙 개념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민과도 직접적인 접점을 늘려야 한다. 시민과 학교가 협력하여 학교 교육 프로그램과 운영에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커뮤니티 스쿨과 같은 사례가 힌트가 될 수 있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관점의 변화도 병행해야 한다. 고령화에 저항하기보다는 고령층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고단한 경제를 보조하며, 존엄을 지켜주고 독립적 생활 유지를 연장할 수 있도록 도시재생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관계 인구도 꼼꼼히 살피고 섬세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지역 행사와 축제의 동력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 지역 비즈니스를 창출하며, 사회적 연대와 혁신을 확산하여 도시 재생의 새로운 활력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 워케이션 빌리지 등 시도해 볼만한 것들이 아직 많다. 구슬을 잘 꿰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도시재생이라는 산을 오르는 과정으로, 종국에는 하나의 봉우리에서 만나게 된다. 봉우리의 이름은 효능감이다. 도시재생은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효능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목적이자 수단이고, 본질이자 연료이기에 그러하다. 도시재생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시민이다. 주민 참여와 일상 속의 변화가 시민의 숨통을 트이게 해줄 수 있다. 도시의 역사, 장소성, 기억, 물리적, 사회적 맥락의 지속가능성 같은 것들은 이런 다음에야 고유한 결을 통해 구현될 것이다. 골목에서, 마을에서, 도시공간과 건축물에서 시민의 효능감을 앞에 두게 되었을 때 시민의 삶은 도시재생 속에서 진정으로 보호받고,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1) 아쉬운 부분도 있다. 통계의 수치들이 보여주듯 청년 인구의 유치 및 정착 전략에서는 청년들에게 매력을 소구할 수 있는 실체감과 일상성이 빈곤하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업들은 휘발성이 강하며, 산업화를 통해 지역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도심의 문제가 급박해지다 보니 도시 균형발전의 기치와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7년이 안 되어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응도 도시재생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