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도전과 희망 - 도시재생,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다시 숨 쉬다.
김언호 (사)커뮤니티와 경제 사무국장
1.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 도시재생의 마침표가 아닌 '쉼표’
활력이 떨어진 동네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이른바 '마중물 사업'이 끝나는 때입니다. 예산이 다 지원되고 난 뒤에 누가 이 마을을 계속 가꾸고, 만들어진 시설들을 운영할지가 도시재생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주인공이 바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을관리조합)'입니다. 대구에는 모두 14개의 마을관리조합이 있습니다. 마을관리조합은 단순히 마을을 꾸미는 관리하는 주민 모임이 아니라,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받은 비영리 법인으로 우리 동네에 만들어진 공영주차장, 공동이용시설, 복합문화공간 등 기초생활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마을관리 사업체입니다.
이러한 마을관리조합은 주민이 주인인 '주민 대표성', 공공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공공성', 자립을 위한 '수익성'을 지향하며, 도시재생의 성과를 주민의 일상에 뿌리 내리게 돕는 '마을 선순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합니다.
2. 현장의 땀방울로 쓴 성적표 : 건강한 근육이 자라고 있습니다
대구의 마을관리조합들은 현재 어떻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을까요? 2025년 경영공시 자료를 통해 들여다본 성적표는 단순히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땀방울이 담겨 있습니다.

2025년 경영공시 자료를 통해 들여다본 대구의 마을관리조합들은 수익성이라는 파고를 넘기 위해 각자의 마을 특색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치열하게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운영 초기 단계라 재무적 수치는 완만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도시재생 구역의 열악한 환경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극복해가는 '건강한 근육'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장의 발걸음 : 전체 평균 매출은 약 1억 1,700만 원 수준이며, 북성로 일원 마을관리조합(약 5.5억 원)이나 소목골마을관리조합(약 3.1억 원)과 같이 괄목할 만한 매출을 올리며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해 나가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적 자산 : 조합당 평균 33명의 주민이 주인이 되어 참여하고 있으며, 평균 3명 내외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마을 경제의 작은 불씨를 지피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의 축적 : 재무제표의 영업이익보다 지역 사회에 환원한 '사회적 기여'가 빛납니다. 소목골마을관리조합의 취약계층 소독방역 서비스, 인동촌백년마을관리조합의 지역 축제 후원 등은 재무제표에 적히지 않는 마을의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구의 마을관리조합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니라,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웃을 돌보는 '마을 관리 사무소'이자 '사랑방'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초기 운영 단계는 수익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는 과정임과 동시에, 주민들 간의 신뢰라는 가장 강력한 자본을 쌓아가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3. 마을이 스스로를 돌보는 법: 대구 마을관리조합의 생생한 현장
마을관리조합의 진가는 서류상의 숫자가 아니라,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주민들의 웃음과 따뜻한 밥 한 끼의 온정에서 드러납니다. 2026년 3월 대구 지역 마을관리조합들의 정기총회가 열렸습니다. 정기총회에서는 도시재생의 온기가 주민들의 삶 속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활동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웃이 이웃을 돌봅니다": 사각지대 없는 마을 돌봄
대구의 마을관리조합들은 공공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주민들이 직접 살피는 '마을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소목골 마을관리조합은 홀로 계신 어르신 30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청소와 소독 방역을 지원하고, 매월 '어르신 외식의 날'을 열어 따뜻한 식사와 함께 안부를 묻습니다. 남산정 마을관리조합은 1인 가구와 고령 어르신들을 위해 '남산정 밀키트'와 반찬 나눔 사업을 펼치며, 단순한 먹거리 제공을 넘어 고독사를 예방하는 든든한 파수꾼이 되고 있습니다. 산격 마을관리조합은 '공유 주방'을 통해 주민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며 소외된 이웃 없는 마을을 만들어가는 '마을 부엌'의 표본을 보여주었습니다.
"동네에서 돈이 돕니다": 지역 내 순환경제 모델
마을관리조합은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을 다시 마을에 투자하는 '착한 경제'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집수리 기술을 배워 노후 주택을 수리하는 집수리사업은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마을의 자산 가치를 스스로 지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마을관리조합에서 운영하는 마을 카페는 지역 주민(경력단절 여성 및 실버 인력)을 우선 채용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다시 마을 축제나 장학 사업 등 공익 활동의 소중한 재원이 됩니다.
"골목이 다시 살아납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함께 모여 일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끊겼던 이웃 간의 정이 다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을관리조합이 함께 참여하고 운영하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 축제'를 통해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있으며, 월 1회 정기적인 골목길 환경 정화 활동을 통해 '우리 동네는 우리가 가꾼다'는 자부심을 공유합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주민들이 도시재생의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의 주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한 시간입니다.
4. 제안
최근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예산만 쓰고 남는 게 없다"는 지적을 극복하고 마을관리조합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거점시설 관리'를 넘어 '전문 서비스'로 사업역량을 높여야 합니다.
단순히 거점시설의 문을 열고 닫는 수준으로는 자생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거점 시설에 맞는 다양한 사업에 필요한 마을관리조합의 숙련도를 높여 사업성을 높이고, 지자체의 위탁 사업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 높여야 합니다.
둘째, '돌봄 경제(Care Economy)'의 주인공이 되어주십시오.
고령화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마을관리조합이 위치한 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일부 마을관리조합이 보여준 마을 돌봄 모델을 수익 구조와 결합하여, 공공 복지가 닿지 않는 틈새를 메우는 필수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조합이 없으면 우리 동네 어르신 돌봄이 멈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존재감을 증명한다면, 마을관리조합의 가치는 대체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셋째, 민·관 협력의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 구축입니다.
마을관리조합의 성장을 위해서는 마을 내 단체, 지자체 등과의 적극적인 사업 연계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마을관리조합의 '신뢰'와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복현마을관리조합이 복현중학교와 협력한 교육 프로젝트처럼 지역 내 다양한 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을 수치로 증명해 내야 합니다. 지자체는 마을조합을 보조금 수혜 대상이 아닌 실력 있는 '사업 파트너'로 대우하고, 마을관리조합은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줄 때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마을관리조합은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자조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플랫폼입니다. 돌봄과 경제가 선순환하는 공동체 모델을 통해 지역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실력 있는 파트너로서 주민들과 함께하는 마을관리조합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