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구테크노파크가 대구시에서 매입한 근대건축물의 운영 관리를 맡아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근대건축물을 맡고 계신지, 근대건축물 시설 운영 관리 사업은 대구테크노파크가 관리하는 다른 시설들과 달리 어떤 특징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희 재단에서는 2024년도부터 대구시에서 매입한 근대건축물 총 4곳을 관리 운영하고 있으며, 도심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사업과 병행하고 있습니다. 관리대상 건물은 총 4개 건물로 ‘더판’, ‘꽃자리다방’, ‘무영당’, 마지막으로 ‘경북문인협회’가 있으며, 모두 북성로 내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구 근대건축물은 최소 50년에서 최대 100년 가까이 된 건물이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현대식 건물관리와 비교하여 기본적으로 건물의 보호 및 유지라는 점에서는 같으나, 목적과 방식, 기준이 상당히 다릅니다. 먼저, 건축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목표이며, 원형 유지와 의미를 계승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맡고 계신 근대건축물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보존을 위해 어떤 조치(복구, 리모델링 등)를 하셨는지, 현재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등 각 건물의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먼저 ‘더판’은 60여 년 전 지어진 한옥과 적산가옥으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의 근대건축물로 기존에 게스트하우스, 재즈바, 공연장, 레스토랑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었으나, 2024년부터 민선 8기 공약으로 추진된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 내 대학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도심캠퍼스 1호관’으로 개관되어 활용 중에 있습니다.

< 더판 >
출처 : 대구테크노파크 촬영
다음으로 ‘꽃자리다방’입니다. 꽃자리다방은 1960년대 후반 문을 열어 대구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이끌어 온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단순한 다방을 넘어, 이곳은 문인, 예술가,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모여 사상과 예술을 논의하던 사랑방이자, 세대 간 소통과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습니다. 특히, 한국 현대시의 거장 구상(具常) 시인을 비롯하여 수많은 지역 문인과 예술가들이 꽃자리다방을 오가며 창작 활동과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꽃자리다방은 구상 시인의 교류와 영감의 공간이자, 대구 문학과 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중요한 문화 거점이었습니다.
건축적으로도 꽃자리다방은 당시 근대적 양식과 지역 특색이 조화를 이룬 구조로, 대구 도시발전과 문화적 변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근대건축 유산으로 평가됩니다. 현재는 더판과 더불어 ‘도심캠퍼스 2호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꽃자리다방 >
출처 : 대구테크노파크 촬영
‘경북문인협회’ 건물은 지역 문학과 예술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근대문화유산입니다. 1958년 창립된 경북문학협회의 초창기 사무실로 활용되며, 수많은 문인들의 창작 활동과 교류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지역 문학의 성장과 대구 문화예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상징적 장소로 평가받습니다.
이 건물은 그 이전에도 의미 있는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1955년에는 대구 최초의 여성전문직업훈련기관인 영남여자고등기술학교가 설립되어, 지역 여성들에게 실용기술 교육을 제공하고 사회 진출과 자립을 지원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 학교는 교장 이법륜과 교감 최옥희의 지도 아래 운영되었으며, 교가는 시인 유치환이 작사하여 문화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당시 건물은 5층 규모의 서양식 근대 건축물로, 대구 도시 발전과 여성 교육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현재 이 건물은 '오픈대구'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으며, 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창작하고 교류하는 열린 문화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구 경북문인협회 및 영남여자고등기술학교 건물은 대구의 근현대사를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경북문인협회 >
출처 : 대구테크노파크 촬영
마지막으로 ‘무영당’ 백화점은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조선인이 설립한 최초의 백화점으로, 지역 경제 자립과 문화적 독립을 상징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1923년 개성 출신 상인 이근무가 서점으로 창립한 이후, 1937년 대구 중구 서문로에 5층 규모의 현대식 백화점으로 확장하여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였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흰색 타일 외벽을 갖춘 무영당은 당시 대구 도심의 대표적 근대건축물로 평가받았으며, 일본계 백화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였습니다. 무영당은 단순한 상업시설을 넘어, 이상화, 이인성, 윤복진 등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와 교류가 이루어지는 문화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창립자는 금서로 지정된 서적과 다양한 지식 콘텐츠를 제공하며 청년 지식인들의 정신적 성장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었던 무영당은 2020년 대구시의 매입과 보존 결정으로 새롭게 재조명되었으며, 현재는 카페, 갤러리,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여 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소통하는 창작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다양한 기획프로그램 공모를 통해 거점공간을 활용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도심활성화 프로그램이 매월 진행할 예정입니다.

< 무영당 >
출처 : 대구테크노파크 촬영
대구 근대건축물은 오늘날에도 과거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구 원도심 활성화와 지역 문화 진흥에 이바지하는 뜻깊은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이 근대건축물들을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이신지요? 덧붙여 도시재생에서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연계해 나가면 좋을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A. 대구 원도심에 자리 잡은 근대건축물들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을 넘어, 오늘날 도시재생과 지역 활성화의 핵심 자산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무영당, 꽃자리다방, 구 경북문인협회(영남여자고등기술학교), 더판, 더판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공간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먼저, 복합문화공간화가 주요 방향으로 제시됩니다. 근대건축물들은 단순한 보존에 그치지 않고, 카페, 갤러리, 소규모 공연장, 창작 스튜디오,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문화활동과 창업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무영당은 복합문화백화점 형태로, 더판은 재즈 공연과 문화 교류 공간으로 재탄생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예술 활동과 커뮤니티 중심의 운영이 근대건축물 활성화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둘째, 지역 청년 및 예술가 참여 기반의 창의 플랫폼 구축이 중요합니다. 구 경북문인협회 건물(현 오픈대구)이나 꽃자리다방 사례처럼, 젊은 창작자와 문화 스타트업이 근대건축물 공간을 활용하여 창업하고 협업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과거의 공간이 미래세대의 창조적 활동을 품는 거점이 될 것입니다.
셋째, 스토리텔링과 투어리즘 연계도 필수적입니다. 각 건축물이 품고 있는 문학, 여성교육, 경제자립, 문화예술의 역사적 의미를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한 도시 투어, 전시 프로그램, 디지털 아카이빙 등 관광 연계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꽃자리다방과 무영당을 중심으로 한 문학-문화 체험 코스 개발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시민 일상과의 접점 확대가 필요합니다. 근대건축물들을 단지 관람 대상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소비하고 체험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 마켓, 플리마켓, 작은 음악회, 북토크, 로컬 브랜드 연계 팝업스토어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하여 시민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관리체계 구축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단기적인 프로젝트성 활용에 그치지 않고, 공공과 민간, 지역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관리·운영하는 협력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근대건축물들이 대구 도시재생의 지속적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