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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vol.50
나의 도시재생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제24기 열린 도시재생 아카데미 기본과정 수료생 전미정 작성일 : 2022-08-24

본문

“도시는 조각보와 같다.” 

  도시란 무엇인가? 언젠가 나는 이 물음에 대해 인상 깊은 답을 들었다. ‘도시는 자투리 천을 모아 기워서 만든 보자기와 같다,’라는 말. 그 표현은 나에게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날 이후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낡은 건물과 새 건물, 손수 그린 벽화들과 주민들이 모여 가꾸는 마을 정원, 그동안 생각 없이 지나쳤던 수많은 골목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도시는 조각보와 같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기워서 만든 보자기처럼 말이다. 


  인생은 우연과 필연의 맞물림이다. 내가 창의도시재생지원센터의 제24기 열린 도시재생 아카데미 기본 과정을 수강하게 된 것도 우연과 필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생긴 결과물이다.

  이야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고등학생 때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열심히 읽었다. 이 책은 나의 인생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나는 필사까지 해가면서 문장들을 머릿속에 꼭꼭 집어넣었다. 주로 빌려서 책을 읽는 내가 유일하게 구입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1장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견문’이다. 깊이 보고 듣는다는 뜻이다. 작가는 세상을 견문하여 바라보는 것이 풍요로운 삶을 만들고, 그것이 곧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나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트리는 도끼였다. 10대의 나는 판화가 이철수처럼, 작가 김훈과 최인훈처럼, 그리고 시인의 눈으로 세상의 작은 곳까지 견문하며 살고 싶었다. 그 바람이 나의 가슴에 초봄의 감자 씨앗처럼 심어졌다. 내가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필연이다.


  우연은 꼬박 10년이 지나서야 찾아왔다. 나는 현재 군립 도서관 주말 근무자로 재직 중이다. 그날도 종합자료실을 둘러보면서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도서 검색대 PC에 가니 처음 보는 생소한 창이 열려있었다. 창의도시재생지원센터의 홈페이지였다. 제24기 열린 도시재생 아카데미 기본 과정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공지 사항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마침 신청 기간이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수강 신청을 했다. 일이 이렇게도 풀릴 수 있구나!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만약 홈페이지를 이용한 사람이 창을 끄고 나갔다면 나는 그 소식을 영영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는 다른 근무자가 나보다 빨리 움직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도시재생에 관심이 없었다면 나는 대수롭지 않게 창을 껐을 것이다. 인생은 필연과 우연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강산도 바뀌고, 나의 세상도 바뀌었다. 


  제24기 열린 도시재생 아카데미 기본 과정은 온라인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사전에 등록한 주소로 강의 책자를 받았을 때 심장이 두근거렸다. 도시재생이라는 단어 자체는 몇 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관련 강의나 책을 읽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막막했다. 그래서 나에게 이번 강의는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다. 10년 전 가슴속에 심은 감자 씨앗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짧다면 짧은 5주 동안 매주 강의 두 개씩 총 열 개의 강의를 수강했다. 도시재생의 이론적 이해부터 계획 수립, 실제 사례, 분쟁 관리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백승운 강사님의 <스토리텔링과 도시재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나는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의 애청자다. 충TV를 운영하는 충주시청 김선태 주무관은 모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고.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잘해도 무용지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EBS 최초의 지역 강사인 대구 출신 전한길 강사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어떤 일이든 첫째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도시재생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공간과 장소의 차이는 추억에 있다. 추억이 없는 곳은 공간이다. 그 자리에 존재하는 곳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의 추억, 나의 경험이 개입되는 순간 공간은 장소로 바뀐다.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벤치, 마음이 울적하면 찾는 분수대 앞. 모두에게 저마다의 장소가 있다. 도시재생은 저마다의 장소를 모으고 모아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사회로 영향력을 뻗어나가는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의미 있는 장소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가? 미래학자 롤프 얀센은 “상상력과 감성이 중시되는 감성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무형과 유형의 스토리를 텔링하는 것, 즉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스토리를 확산시키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감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인 셈이다.

  스토리텔링의 대표적인 활용 사례는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이다. 1,000여 개의 골목과 이야기를 수집하고 발굴하여 가치 있게 재창조해 현장에 접목했다. 그 결과 김광석길은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고, 도시의 소중한 역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다시금 도시재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도시재생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 번에 연결하는 중요한 관통선이다.


  도시재생 사업은 기존 도시정비 사업과는 다른 시각에서 출발한다. 첫째는 주체이다. 도시정비 사업은 토지 및 건물 소유자가 중심이고, 도시재생 사업은 거주자 중심, 지역 공동체 중심이다. 둘째는 대상이다. 도시정비 사업은 수익성이 있는 노후 지역을, 도시재생 사업은 자력 기반이 없는 쇠퇴 지역을 그 대상으로 한다. 즉, 이전에는 건물주를 중심으로 돈이 되는 지역에만 도시정비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셋째는 방식이다. 도시정비 사업은 물리적인 환경 정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도시재생 사업은 종합적 기능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마디로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 공동체의 주도 아래 도시의 쇠퇴 지역을 발전시키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지역 공동체의 주도성이다.

  몇 년 전 tvN에서 방영한 <응답하라> 시리즈는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이 시리즈는 각각 1997년, 1994년, 1988년을 배경으로 하여 그때 있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 그 시대의 향수를 떠올리기도 하였고, 아이들은 이전 세대의 추억을 느끼며 신기해했다.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저 때가 좋았다’는 감상이 많았다. 특히 <응답하라 1988>이 방영되면서 더 자주 그랬던 것 같다. 신원호 PD는 “가족과 이웃 간의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제작 의도부터 ‘정(情)’이 살아 있던 시대를 찾고 싶었다는 뜻이다. 신 PD의 의도는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응답하라> 시리즈 가운데 <응답하라 1988>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이 현상을 뒤집어서 해석하자면 지금 우리 시대는 이웃 간의 정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같이 음식을 나눠 먹을 이웃이 없다. 골목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발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애초에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느꼈던 이웃 간의 정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도시재생으로부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은 도시 개발과 정비 사업의 개념을 포괄한다.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낡은 도시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는 공동체 회복도 포함되는데, 거주자를 중심으로 풀뿌리 도시재생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한다. 도시재생은 시민 ‘참여’가 아닌 시민 ‘주도’가 그 바탕에 놓인다. 이를 통해 마을 공동체 모임을 통해 이웃을 알아가며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시간은 오래 걸리고 우리가 목표하는 곳까지 가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물결은 천천히 우리의 삶에 스며들 것이다.


  우연과 필연의 합작품으로 열린 도시재생 강의를 수강하면서 우리 마을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확장되었다. 우리 마을 골목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보게 되었다. 또 마을 공동체 활동에 관심이 생겨 동아리에 가입해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가졌다. 내년에는 내가 직접 동아리를 개설해서 마을 공동체를 가꾸어 볼 계획이다. 더 나아가 내가 미래에 도서관 사서가 되었을 때 도시재생 지역의 문화적 거점 시설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기본 강의를 알차게 수강한 만큼 심화 과정까지 강의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심화 과정은 현장 강의로 진행하여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수강하지 못하게 되었다. 심화 과정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러나 현장 강의는 강의 몰입도가 높고 관심 있는 사람들과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기본 강의도 일부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나를 낭만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망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르는 희망의 찬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의 플롯이다. 뉴스를 틀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각종 갈등이 넘쳐나는 사회, 기후 위기, 각종 분쟁과 재난이 끊이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아포칼립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리고 우리는 도시재생에서 그 답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낭만주의자인 나에겐 그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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